먹이기 위해 별일 다한 은아 엄마

운영자
2021-12-22
조회수 290

안녕하세요. 

저는 은아의 엄마입니다.

은아는 2018년 12월 10일, 은아가 18살이었을 때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을 진단받았고, 지금은 치료 종결 후 면역수치가 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든 소아암 환우 부모님들이 그렇듯 아이를 먹이려고 정말 애쓰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먹어야 항암이든 뭐든 버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항암을 시작하면서 아이는 제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습니다.

입맛이 없다며 밥을 먹지 않으려고 하고,

음식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먹으려고 하고,

속이 느글느글하다며 새콤한 것이나 매콤한 것만 찾고,

심지어 입맛이 바뀌어 입맛을 맞추기도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음식이 제한되어 있으니 처음엔 정말 뭘 먹여야 하나 답답했습니다.

병원에 있을 땐 어찌어찌 먹인다고는 하지만 집에 가면 하루 세끼를 챙겨야 하니까 더 걱정이 많았습니다.


처음엔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국이나 찌개를 많이 했었어요.

그리고 최대한 다양하고 영양가 있게 먹이려고 노력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제가 거의 3년 가까이 은아 옆에서 밥을 챙겨준 엄마로서 음식 때문에 걱정이 많은 환아 부모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입니다.


반찬도 멸치복음, 오뎅복음, 감자채 등등을 바로바로 먹을 수 있을 만큼 만들어 먹일 수 있고,

제육복음, 닭도리탕, 콩나물 국밥 등등 생각보다 먹일 수 있는 게 많아요.

한번씩 외식도 하고 배달도 시켜먹었답니다.

고기 구워 먹을 때, 마트에서 산 살균처리 된 쌈장도 바로 개봉했을 땐 먹을 수 있어요.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재료를 넣어서 김밥도 자주 해주고, 또 가끔씩 닭발도 해주고 돼지 껍데기도 해줬던 기억이 납니다.

또 빵집(큰 체인점 빵집)에서 밀봉처리 된 빵들을 사고, (식빵이나 바로 나온 빵 혹은 밀봉처리 된 빵은 먹을 수 있어요.)

베스킨라빈스에서 포장된 아이스크림을 사서 병원에서 나름 연말파티라며 즐겼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아이가 흰 우유를 너무 좋아해서 달마다 멸균우유를 박스채로 사서 마셨었어요.

(빨대 달려있는 그런 우유팩은 거의 다 멸균처리 되어있답니다.)

그리고 김치를 먹고 싶어할 땐 김치가 들어간 김치전, 돼지고기 김치찌개 등의 요리를 해주었습니다.

항암 효과가 있다는 양배추, 버섯, 당근 같은 채소는 음식이 넣어서 같이 조리해주면 알아서 잘 먹더라구요.

간 수치가 안 좋을 땐 간에 좋다는 콩나물을 이용한 콩나물국이나 콩나물 국밥을 해주었습니다.

요리 메뉴를 결정할 땐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것을 해주는 것도 좋지만,

아이의 면역력, 간 수치, 위 상태 등의 아이의 상태에 따라 그에 맞는 재료로 요리 메뉴를 결정했습니다.

은아는 특히나 위가 좋지 않아서 양배추를 넣은 음식을 많이 해줬었는데

그중에 은아가 가장 잘 먹었던 음식은 ‘양배추 쌈’이었어요.

이 음식을 해줬더니 오랜만에 쌈을 싸 먹는다면서 많이 좋아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양배추 쌈”


1.양배추 삶기

①양배추를 식초 물에 2~3분 담근 후 한 장 한 장 흐르는 물에 씻어줍니다.

(식초 물에 담가두면 찌꺼기가 빠져나가는 효과가 있어요.)


②찜기에 물과 맛술(또는 청주) 2 숟가락을 넣은 뒤 끓여줍니다.

(맛술, 청주는 양배추 특유의 쓴 맛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어요.)


③물이 팔팔 끓으면 씻어놓은 양배추의 겉 부분이 아래를 향하도록 하여 넣어주고 5분간 삶아주면 끝!


2.(양념장 대신 넣어먹는)참치볶음

①다진 양파와 기름기를 뺀 참치와 쌈장 그리고 후추 약간을 후라이 팬에 넣고 볶아주면 끝!


그리고 평소에는 은아가 계란을 너무 좋아해서 계란에 은아가 좋아하는 재료인 애호박이나 버섯을 넣어 전을 만들어 줬어요. 쉽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죠?

(속이 느글느글하다고 할 땐 여기에 고추를 약간 더 넣어줬어요.)

삼겹살이나 소고기는 고기만 먹으니 느끼하다고 잘 먹지 않아서 제육볶음이나 불고기, 갈비찜 같은 양념이 되어있는 고기들을 많이 해줬어요.

양념이 되어 있으니 잘 먹더라구요.


은아가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나 많지만 반면에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것들도 많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은아가 못 먹는 음식을 먹고 싶어 할 때마다 미안한 마음도 들고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먹일 수는 없기에, 못 먹는 음식이 생각나지 않도록 또 그 음식들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도록 최대한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찾고, 먹을 수 있게 요리하여 먹이는 것이 백혈병 환아의 부모가 해야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 글을 읽으다보면 아시다시피 사실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너무 평범한 요리들이지만 아이가 잘 먹어주기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상으로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